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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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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양미희 | 2023-12-18 | 조회 193

봄날 같은 겨울에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추위가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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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눈보라가 몰아쳤다.

깜깜한 눈보라 속에 차를 몰고 출발했다.

눈길을 걱정하며

아들 면회 길에 올랐다.

 

아들은 2월이면 전역을 한다.

그런데 면회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매일 목소리 들을 수 있고,

수시로 휴가를 나왔기에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데 남편은 그렇지 않나보다.

군대 보내고

면회 한 번도 안가는

부모가 어디 있냐고,

그래서 잡아놓은 날짜가

오늘이었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이 될 줄이야...

 

고속도로는 그나마 제설차량이 수시로

 염화칼슘을 뿌리고 다녀서

생각보다 많이 미끄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부분의 차량이 60,70km 이상을 달리지는 못했다.

4시간 30분을 걸려

아들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언제보아도,

늘 보아도,

보고 싶은 얼굴이다.

 

함께 있는 시간은 금방 간다.

잠시였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헤어질 시간 이었다.

 

아들을 두고 오는 마음은

코끝이 시큰하다.

금방 볼 거라고 위안을 삼으며,

눈길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더

눈보라가 심했다.

토요일이라 내려오는 차량은 훨씬 많았다.

청주까지 오는데 3시간 반이 더 걸렸다.

 

갈 때는 남편이, 올 때는 내가 운전을 하지만

덕유산 주변의 눈의 공격이 무서워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교대했다.

 

몰아치는 눈보라가 날 공격하는 듯 하고,

도로의 하얀 선이

벌떡 일어나 내게로 달려오는

착시에 공포를 느꼈다.

 

눈보라의 공격 때문에

눈을 감아버려서 운전하기 힘든 길이다.

 

인월에서 산내로 넘어 오는 길이

얼어 반질반질 했다.

1단으로 엔지브레이크를 걸고

천천히 왔지만

커버 길에서 살짝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오른쪽으로 반바퀴,

핸들을 돌리는 바람에 왼쪽으로

한바퀴를 돌고

멈추었다.

비명이 절로 나왔다.

 

늦은 시간인지라

도로위에는 우리 차만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살살 기어오듯이 집으로 향했다.

차는 도로 옆 식당 앞에 세워두고

몸만 집으로 올라왔다.

 

자고 일어나니

데크의 눈이 모두 사라졌다.

간밤에 심한 바람이 모두 쓸고 가버렸다.

 

늦은 아침을 먹고

산책길에 올랐다.

 

햇살이 빛나는 눈길을

걷는 것이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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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바라다 보이는 삼봉산은

설산으로 변해있었다.

 

쓸어 놓은 길의 중앙은

눈이 녹았고

가장자리만 눈이 쌓여 있었다.

 

코끝이 쨍한 날씨지만

모자 쓰고, 마스크 해서

기분 좋은 상쾌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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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는 눈 속을 자꾸

들어가고 싶어 한다.

 

밟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은

눈 쌓인 논바닥을 밟고 싶어 한다.

 

실상사 해탈교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이 오늘은

구름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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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삼봉산과

설화가 하얗게 덮여 있는

바래봉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설이와 난

눈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