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와 할미꽃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할미꽃 파종날-
2023.05.24
어느새 오월의 마지막 날...
지난 24일 할미꽃 파종 이야기이다
구름 낀 하늘, 덥지 않은 날씨에
파종하기엔 최적의 날씨이다
모종을 얹을 트레이 베이스를 며칠에 걸쳐 완성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니
좋아하는 음악을 부루투스로 들으며
파종을 시작한다
미리 사둔 상토를 고무대야에 담고
쪼그리고 앉아 작업이 힘들어 간이 테이블로 쓰는
미싱 다리를 내놓고 그 위에서 작업을 하기로 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작업 환경이 좋아야 능률도 오르는 법
이런 모습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시각이 빠르니까...
이제 가장 중요한 할미꽃 씨았 심기 작업
먼저 상토가 눌리지 않게 살짝 퍼내서 분 높이만큼
손으로 깍아서 포트를 준비한다
엄지와 검지 중지로 한 꼬집 뜯어내어
(사진처럼 대략 10~15개)
상토를 넣은 포트에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 깊이로
씨앗을 심는다
씨앗을 심으며 생긴 구멍은 그만큼의 상토를
보충하여 포트 위가 평평해지도록 한다
그렇게 준비한 포트를 트레이 베이스에
올리면 끝~?
섬세한 작업을 하다 보니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겨우 120포트를 완성했다
더 빨리할 수도 있었지만
속도보다는 심는 정성이 중요할 것 같아서...;;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야외 조명까지 동원하여 열일 한끝에
세상의 모든 음악이 끝나는 8시가 되어
할미꽃 파종 작업이 끝났다
그리고 중요한 물주기...
포트 아래로 물이 흐를 정도로 물은 충분히 주어
물빠짐이 잘 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마음으로 기도한다
부디 건강하게 자라길...
파종 후 발아 까지는 보통 20~21일 걸린다고 한다
기간 동안 물 주기만 잘 하면 되는데
포트작업 초기에 세찬 비가 내릴 경우를 대비해
트레이 베이스를 덮을 투명 비닐을 준비해 두었다가
비가 많이 올 경우 덮어두면 좋다
상토가 가볍기 때문에 굵은 빗줄기 또는
많은 양의 비로 인해 상토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밥맛이 꿀맛이다
노동 후에 맛보는 음식과 달콤한 휴식...
생각해 보니 하루 종일 무언가에
몰입했던 일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일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은 사라지고
오로지 할미꽃 생각뿐이다
제대로 잘 한 걸까?
모르지만 배운 데로 최선을 다했으니
나머진 씨앗들이 할 일이다
이 씨앗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걸 그려보며
잘 자라주어 다시 씨앗들을 만들어
그 씨앗들이 시드머니가 되어
내가 바라는 소박한 시골 살이에 보탬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할배와 할미꽃'
미리 생각해둔 브랜드 네임이다^^
(그동안 할미꽃 파종에 대해 배우고 익힌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