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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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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적어본다.
안동준 | 2023-06-26 | 조회 547

하루를 마친 지금 오늘을 남기고 싶어 자판을 두드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간 평범하던 일상들이 조금씩 특별해지고,

그 특별함을 좀 더 느껴보려고 일찍 일어나기 시작한게 한달쯤되었나?


좋아하는 음악이 꿈결인듯 아닌듯 휴대전화의 알람으로 울린다.

좀 더 자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려고 휴대전화를 거실에 두고 잔다.

한쪽눈만 뜬채로 거실로 나와 알람을 끈다.


암막 커튼이 쳐진 방과는 다르게 거실은 이미 햇빛이 꽉 차있다.

창들을 활짝 열고 하루를 시작하게하심에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고양이세수를 하고 텃밭에 나가 셀러드감을 챙겨본다.

아직은 청상추와 어린 열무잎 밖에 없다.

그리고 끝물인 곤달비를 몇장 따서 들어온다.


익숙하게 상추, 열무잎, 곤달비를 씻고

과일 몇가지, 야채 몇가지, 올리브유, 요거트, 유자청을 뒤섞어 놓고,

어제 저녁때 밥하고 남겨둔 누룽지를 끓이며 수란을 준비한다.


아침에 먹는 셀러드가 지겨워질만도한데 여전히 아침엔 당연한듯 셀러드를 챙긴다.

소스가 무었인가에 집착하고 어떤 채소를 먹을까에 집중하던 때가 지나고

무엇이든 그 고유의 맛이 있다는걸 깨닫는데까지 참 오래 걸렷다.

양배추를 크게 썰면 양배추 고유의 맛이 특별하고

아주 잘게 썰면 그 맛은 덜하나 삼키는게 수월하다.

특별히 할 일은 없지만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워보며

감사로 하루의 첫끼를 마치고

한숨돌린 후 설거지도 끝낸다.

더 일찍 일어나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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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텃밭작물들에게 가서 오늘하루도 덥겠지만 힘내라고 바닥이 흠뻑 젖어 수렁이 될 때까지 물을 주고,

열무에 기생하는 벌레들에게 소주로 만든 해충기피제를 뿌리고 들어온다.


지금부터 하루중 가장 힘든 멍때리기 시간이다.

처음엔 5분이 그렇게도 힘들더니 지금은 30분정도를 버틴다.

나의 멍때리기는 거창한 무념무상의 개념은 아니고 내 생각중에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는데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유혹들이 그 나름의 논리를 앞세우고 밀물처럼 들이닦치고,

그런 유혹을 단번에 쳐내지 못하고 수 많은 고민끝에 쫒아내면,

다시 들이닦치고 또 쫒아내고 또 들이 닦치고…

그 반복의 시간이 또 거듭되고,

커다란 계곡의 물 흐름 같았던,

숨쉬기 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그 감정의 줄다리기가 끝날 즈음

내 욕심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그러들고 있었다.


하루에 한가지 일만 하자고 결심한지 한달째….

할수있는 일은 텃밭에 좀 더 관심을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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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의 전쟁을 끝내고,

서둘러 외출채비하고 보리차와 고추가루를 사기위해 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보리차와 고춧가루를 사들고 돌아오다가 추어탕을 3봉지 산다.

오늘 저녁 메뉴는 추어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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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비빔국수를 준비한다.

묵은 김치를 잘게 썰어놓고

간장, 고추장, 식초, 찐마늘, 고춧가루 등등 생각나는대로 대충 섞어주고

쪽파를 잘개 썰어 같이 섞어 소스를 준비하고,

텃밭에 나가 상추 몇장 따고

국수를 삶고 대충 비벼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싹싹 긁어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

노란양푼이면 더 맛있을텐데…


갑자기 에스프레소가 먹고싶다.

참기 어렵다.

아직 남원에선 커피맛집을 찾지못해

어쩔수없이 별다방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고 돌아온다.

돌아오면서

“네이버한테 커피맛집 물어볼껄……”

“그보다 멍때리기도 헛일이네….쓸데 없는 유혹에 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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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날 선물을 받았다.

“道在

“도재이”

나는 이 부채를 "도재이선"이라 부르련다.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모든것이 가까이 있음에도 멀리서 찾으려는 이 범부에게는 큰 울림이다.


저녁식사는 아까 사온 추어탕을 끓인다.

저녁식사 후 석양을 바라보며 잠시 멍때리다가 승사교를 향해 걷기를 시작한다.

30분후 알람을 설정하고 로터리를 지나 섬진강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들어선다.

승사교까지 30분 이내에 도착해야한다.

시속 6킬로미터를 유지해야 가능하다.

걸음걸이에만 집중한고,

좌우로 흔들리지않고,

일정한 보폭과 스피드를 유지하는게 관건이다.

부쩍 늘어난 깔따구들이 이젠 그만 하라고 단체로 성화댄다.

땀으로 흠뻑 젖어 돌아와 샤워하고 또 멍때리기에 들어간다.


또 다시 그 기나긴 감정의 줄다리기가 끝이날 무렵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루를 무사히 지내게 해주심에 감사하며 오늘하루를 적어둔다.


홀로 밤하늘의 잔치를 벌이는 금성의 빛……


오늘도 남원의 하루는 행복했다.


#남원 #행복남원 #도재이 # 도재이선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