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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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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자급자족 중 최고는 계곡물에서 다슬기 잡기
박선미 | 2023-05-23 | 조회 549

시골살이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자급자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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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만 더워지기 시작하면 마치 닭 병 걸린 암탉처럼 비실비실 맥을 못 추고 촛농처럼 몸이 녹아내린다. 남편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뭘 해서 먹여야 기운 차릴까노심초사 마음이 급해진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하는데, 다슬기 끓인 물을 만병통치약으로 믿는 남편은 다슬기 잡으러 갈 생각에 날씨가 더워지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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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를 싫어하는 나는 민물에서 사는 다슬기는 더욱 싫어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슬기 끓인 물을 마시면 피로감도 없어지고 기운이 난다.

 

간에도 좋고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는 다슬기는 딱 지금 시기 5~6월이 제철이다. 아미노산과 타우린 함유로 간 기능 회복에 좋은 음식이기 때문에 숙취해소에도 으뜸이라고 한다. 이래서 술 좋아하는 시동생이 다슬기 다슬기하는가 보다.

  

다슬기 손질은 1회용 주사기 또는 바늘이면 충분하다. 다슬기는 충분히 해감을 해야 하는데, 흐르는 물에 바락바락 문질러서 3, 4회 헹궈준 후 하루 정도 물에 담가두면 된다. 깨끗이 하려고 너무 오래 담가두면 다슬기 살이 빠지기 때문에 하루면 적당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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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를 데치기에 앞서, 다슬기를 미지근한 물이나 약간 따뜻한 물에 담가둔다. 물이 따뜻하면 다슬기가 껍데기 밖으로 몸을 내밀게 되는데, 이때 팔팔 끓는 물에 다슬기를 부어준다. 다슬기가 충분히 잠기도록 물을 끓여준 후 데쳐주는데 데치는 시간은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끓는 상태에서 대략 4~5분가량 데쳐준다. 데쳐진 다슬기는 찬물에 다시 바락바락 문질러준다. 그러면 다슬기 입구의 막이 잘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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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나 바늘로 콕 집어서 껍데기를 살살 돌리면 살이 잘 빠지는데 내장까지 쏙 빠지면 은근히 쾌감도 있고 재밌다. 살만 쏙쏙 발라서 시엄마 가져다드리면 다슬기 무침을 해서 주시는데 나는 잘 안 먹는다. 다슬기가 불쌍해서는 아니고, 알이 으즉으즉 씹히는 식감을 영 못 견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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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에 주삿바늘을 콕 찍어서 살살 돌려서 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남편은 그만하라이제 좀 그만하라고 오가며 잔소리(?)를 하지만 한번 빠지면 멈출 수가 없다. 오후 내내 다슬기를 까서 시엄마에게 가져다드렸는데, 작년에는 아가 힘들게 그걸 깠냐?’ 하시더니 올해는 오냐 그래.’ 하신다. ‘내가 재밌어한다는 걸 아셨을까?’ 나는 껍데기 까는 게 재밌고, 시엄마는 다슬기 요리를 좋아하시니까 괜찮다. 내 나름의 간헐적 효도를 했으니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