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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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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로에서 지리산로를 거처 노고단로까지
안동준 | 2023-05-26 | 조회 587

정령치로에서 지리산로를 거처 노고단로까지 


정령치로 : 남원 주천면 입구에서 달궁삼거리까지

지리산로 : 남원 산내면 대정삼거리에서 달궁삼거리까지

노고단로 : 구례 천은사 삼거리에서 달궁삼거라까지


평일 아침 일찍 시동을 걸고 정령치를 향해 출발합니다. 

하루를 몽땅 드라이브에 바친 터라,  

바쁠것도 없고 오히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아닌 걱정이 다가오려 할 때, 

육모정을 지나 구룡계곡 입구에 다가서자

기다렸다는 듯 구불구불한 정령치 가는 길이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만,  

그럴수록 더 편하게 핸들을 잡고 집중해봅니다. 


이길에 들어서면 항상 아쉬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창밖의 기막힌 풍경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데 차를 세울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차들의 통행을 방해하면서 갓길에 주차 하고 싶지는 않구요…..


일찍 나온 덕분에 다른 차가 없어 

속도를 줄이고,

창문을 열고, 

좋아하는 노래의 볼륨을 높이고,

창밖의 풍경을 즐기며, 

정령치 가는 길이 온전히 내것인냥 착각에 빠져봅니다. 


꼬불탕 꼬불탕 멋대로 흔들어 놓은 듯한 정령치로에 아카시아 향이 쏟아져 잠시잠깐 신선이 된듯 으쓱해 집니다. 평소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이 중앙선을 넘어와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방어운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정령치로는 스피드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지리산을 느껴보는 길입니다. 오래전에 이길을 걸어 간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걷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끔찍 했습니다. 이 멋진 길을 차로 편하게  갈수있음에 감사하며 정령치길에서는 양보와 배려를 같이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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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만복대와 정령치가 보이는 고기리 저수지에서 잠깐 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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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저수지에서 잠깐 올라가면 깔끔한 선유폭포를 만납니다.

"여긴 지리산입니다. 곰 조심하세요." 라고 말하는 현수막과 함께 나타난 선유폭포

수량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아 자리펴고 한숨 자고 싶었다는….

주변이 숲에 가려져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할 것 같은 선유폭포입니다.

아래 소는 폭포에 비해 다소 크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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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커~

정령치를 오르는….

대단하단 말 밖에는..........

정령치 휴게소는 내진설계가 되어있지 않아 해체 후 다시 짓는다고 합니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군것질도 하고 좋았는데….

빨리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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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는 없어도 

지리산은 계절이나 날씨와 관계없이 언제나 첫 마음 그대로 입니다.

카메라로 기교를 부려봐야 제대로 담기지 않는 

저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지리산의 군봉들이 파노라마로 끝없이 이어지는 장엄 그 자체입니다.

전망대에서 그냥 멍~~때리다보니 20분이 순삭입니다.


어떤날은 곰탕을 끓여주고,

어떤날은 회색 구름속에 숨기고, 

어떤날은 흰색에,

또 어떤날은 운무위에 우뚝서서,

서로 내가 지리산이라고 뽐내는 일천 고지들의 함성.

이들을 그 품에 담아내는 어머니의 사랑 그 지리산 맥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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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 휴게소에서 계단을 올라 고리봉쪽으로 가다가 

정령치습지, 개령암지 마애불상군을 향합니다. 

고리봉 가는 길보다는 짧지만 그냥 힐링되는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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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 습지의 동의나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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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숲입니다.

1960년에 일본놈들 따라 사탕수수 심었다가 폭망해서

1973년 이후에 잣나무 2천그루를 심어 잣나무 숲을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인 정원 처럼 아담한 정령치 습지를 지나 마애불상군을 한눈에 볼수있게 설치한 조망대에 올라봅니다.

암벽에 분명 뭔가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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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암벽에 12기의 불상이 새겨져있다는데,

3기 정도 밖에 확인 할 수 없었고,

옆에 있는 배치도를 보고 다시 살펴봐도 

오랜 세월 동안 헐어진 불상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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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길을 따라 다시 정령치로 돌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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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시비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시집 《옛 애인의 집》 (솔,2003)



역시 시인은 표현이 다릅니다. 

구구절절 지리산에 대한 사랑이 가득 가득 와 닫습니다.

가끔씩 감정에 휩쓸려 읊조리다보면

울컥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린적도 있습니다.^^


정령치를 내려가면서  반선에서 점심식사하고, 

다시 달궁삼거리에서 성삼재, 시암재를 거쳐 천은사를 둘러보고 

구례에 가서 좋아하는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려합니다.


맑은 하늘, 

피카소가 펼쳐놓은 듯 알수없는 구름의 묻힘 

아직은 시원한 바람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지리산 맥들이 

지난주와는 다른 옷을 입고 추는 춤사위가  너무 아름다워 

다음 여정을 잊고있었는데…..


URGENT!! 

URGENT!! 

천하일미를 사왔다는 지인의 긴급 귀환 지시를 받고

나머지 일정은  다음을 기약하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갑니다. ^^ 


알고보니 지인의 그 천하일미는 뻥튀기였다는….. 


뻥튀기!! 기다리세요. 내가 꼭 갚아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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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로 드라이브!

이건 남원인(南原人)의 행복주머니입니다.

행복이 마려우시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언제든 열어보세요.

마구 마구 행복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