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룡산, 북쪽의 밀덕봉과 남쪽의 복덕봉, 두마리의 용이 서로 안고 비상하는 형국이라 교룡산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 두 봉우리와 계곡을 감싼 포곡식 산성을 교룡산성이라고 하며 백제 시대에 축성한 것 이라고 합니다.
이제 갓 남원으로 온 저에게 '복덕봉'으로 가라는 지인들의 추천을 뿌리치고 조금 더 높은 밀덕봉을 향해 약간의 흥분과 함께 교룡관광지 주차장에 주차 후 제법 경사가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갑니다.
본격적인 산행전에 자동으로 워밍업이 됩니다.
교룡산성 고유의 단순하지만 흠잡을 곳이 없는 홍예문을 지나
불망비, 거사비, 선정비 10여개를 모아 둔 곳을 뒤로하고 선국사로 향합니다.
선국사 앞 등산로를 따라 가며 보이는 보제루는 진한 세월의 향기가 가득한데 단청을 바르지 않아 수수하다 못해 애잔함이 밀려오고 등산로로 안내하는 길에는 건축물과 잘 어울리는 구절초가 만발했습니다.
선국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가파르다는 이야기죠 ^^
호흡을 가다듬으며 한발한발 디뎌봅니다.
등이 촉촉해질 때 쯤 진짜로 가파른 길을 만납니다.
어떤 산이든 산행중 항상 마주치는 상황이지만
“그냥 내려갈까? 힘들게 왜 올라가? 그냥 내려가?”
그 짧은 시간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머릿속에 꽉 찹니다.
그 유혹을 뒤로하고 다시 발걸음을 내디뎌보지만 가파른 코스덕에 그 유혹을 쉽게 벋어나지 못합니다.
이마에서 땀이 흐를 즈음 이정표를 만납니다.
힘들때 이정표는 반갑습니다.
바로 이정표는 휴식이죠. ^^
이정표덕분에 한숨돌려 정상인 밀덕봉까지 속도를 내봅니다.
연초록으로 가득한 산행중에 중간 중간 들리는 새소리는 진정한 힐링이었습니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구름 하나도 없이 너무 깨끗했습니다.
다왔습니다.
그런데 산행중에 꿩과 고라니만 만났을뿐 산행하시는분을 단 1분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상석도 없고 사기업에서 세운 이정표에 2021년에 누군가 손으로 써놓은 교룡산 512m 라는 손 글씨가 정상석 대용이었습니다.
제주도 오름들의 최고 가치는 보존이며,
그 다음이 조망입니다.
어느 산이든 조망 없는 정상은 의미를 부여하기 힘듭니다.
밀덕봉에는 멋진 조망은 커녕 더러운 흔적만 가득했습니다.
그 어느곳에도 교룡산 정상에 오른 시민을 위한 배려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멀리서 안테나가 보여 설마설마하며 오른 정상에는 안테나와 그 안테나를 보호하려는 철제 울타리 뿐이었습니다.
이제야 왜 지인께서 복덕봉으로 가라고 하셨는지 이해됩니다.
왜 지금까지 저 자리에 저 안테나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물론 그 당시는 여지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이전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걸 저 같은 허접때기도 알고 있는데....
남원시 한 가운데 있으며,
높지 않아 부담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고,
전망이 확보되면 남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복덕봉에는 북쪽의 전망이 없습니다.
그 북쪽의 전망을 밀덕봉이 제공한다면
교룡산의 두봉우리에서 남원 전체 조망이 확보되고
순환코스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 지지 않을까요?
누군가 밀덕봉 정상을 정리해주길 바라며,
밀덕봉 정상에 가기전까지 느꼈던 그 행복감만 기억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