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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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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 삼산마을의 소나무 숲
김미정 | 2023-04-26 | 조회 600

따뜻한 봄 날 새소리를 닮은 오카리나 연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운봉에 있는 삼산마을 소나무숲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사실 별 기대하지 않았고 연주가 끝나면 삼산마을 바로 건너편에 있는

행정마을 서어나무숲에서 쉬었다 올 생각으로 갔는데요.

 

서어나무숲은 오래전에 가끔 도시락 싸들고 놀러갔던 쉼터였어요.


행정마을을 알리는 입석 바로 건너편에 이렇게 삼산마을이 있다는

마을 입석이 있네요.



주차하고 내리면 바로 운봉 삼산리 전통마을숲 종합안내판이 첫걸음을 반겨주었는데요. 

이것을 볼 때까지만 해도 별 기대 없었어요. 이런곳에 안내판도 있네

그정도 였을 뿐~^^


하지만 소나무숲에 첫발을 들이는 순간 우와~~ 저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가지런하게 박힌 나무들 사이에 깔아놓은 코코아매트가 단정하고

그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들이.


한 세기를 가득 품어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 휘어져

땅에 곧 주저앉을 듯 해 보이는 모습이 어찌나 삶이 무거웠던

어르신들의 굽은 허리를 보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초입에 세워져 있는 팔각 정자는 지친 허리를 펴고

고단했던 삶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으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몇 걸음 걸으니 데크로 쉼터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팔각정자를 지나 소나무 사이에 이층높이의 쉼터를 마련해

놓아서 올라가 보았습니다.

평지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또다른 모습이 보이네요.


데크쉼터 위에서 바라본 조그만 도랑인데요.


투명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와

멀리 개짖는소리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지친 일상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치유 약인데 너무 큰 것을 기대했나봅니다.

물이 정체되어 그런지 안타깝게도 매우 탁해 보였어요


이제 조금씩 봄의 향연이 시작되는 시기.

철쭉꽃들과 꽃잔디가 피어나기 시작해서 겨울동안

삭막했을 이곳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합니다.


멀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카리나 소리는 고요하면서도 잔잔한 숲 속에서 들으면

새소리 같은  아름다운 선율을 느낄 수 있지요.


삼십분정도의 공연이 이어졌어요. 둘레길 걸으려다가

발길을 멈추신 분도 있고 소나무 숲에 자리한 늘 파인 카페에

오셨다가 길 멈추신 분도 함께 박수를 쳐줍니다.

 

공연도중 우쿨렐러를 치면서 오버더레인보우를 불러주신 분이 있었는데요.

가수들처럼 유창하고 매끄럽게 부른다거나 우쿨렐레소리가 아름답게 

들리지는 않았는데도 마음이 참 따뜻해짐을 느껴던 날이였습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 늘 집에서 아이들만 키웠던

주부가 자신있게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는 그 시간이 제 가슴에도 와 닿아서 그런 듯 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숲길을 휘익 돌아보니 그냥 앉아만 있어도

사랑이 저절로 만들어 질 듯 한 흔들의자가 보입니다.

지나가던 커플이 앉아서 흔들흔들 하며

편안하다~ “

응. 소나무숲에 이렇게 있으니 너무 좋다”

속삭이는 소리가 메아리 되어 들려옵니다


삼산마을 숲에 남북으로 당산나무가 있었는데 북쪽은 윗당산(할아버지 당산)

남쪽은 아랫당산(할머니 당산)이라고 불렀는데 1960년대까지

당산이 있어서 매년 정월보름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는

할배 당산나무의 유래가 써있는 안내판도 있네요.

 

아쉽게도 당산나무는 이제 없나봐요. 1960년대 까지만 있었다고 

하는 거보니까요.  대신 이렇게 소나무만 남았나봐요.


반듯하게 하늘을 볼 수 없었던 걸까요?


모두 휘고 구부러지고 쓰러질 듯 보입니다.

어떤 것은 지지대를 세워놓은 것도 있네요.

굽어 꼬부랑 허리 같은 소나무 사이로 하얀벽체와 유리가

조합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무슨 건물일까 가까이 가다 왼쪽은 엎드린 새끼 강아지같고 오른쪽은

 낙타등을 하고 있는 큰 소 같기도 한 독특한 모습의 두개의 바위가

얼른 눈에 들어옵니다.


앞에서 보니 또 다른 모양으로 보이네요.

왼쪽은 큰 거북이 같기도 하고 오른쪽은 두꺼비 같아 보입니다.


독특한 두개의 돌이 놓아진 곳은 이곳 (늘,파인)카페마당이였어요.

(늘,파인)이라는 이름 정말 잘 지었지요.

이곳은 정말로 늘~~ 파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소나무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는 이상…^^


센스있게 카페이름을 지은 사장님이 누구인지 몰라도 건물도

나름 센스있어보입니다. 실내에서 바깥의 소나무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전면이 모두 창으로 되어 있네요.


카페 유리창을 통해 늘, 파인을 감상할 수 있는 주인이 부럽습니다.

들꽃이 피고 초록잎들이 춤추고 흰눈이 덮혀있는 4계절을 감상할 수 있는…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코코아매트길을 벗어나 마을과 숲을

이어주는 도로길로 걸어봅니다. 아주 옛날에는 이 곳 모두가

숲이였던 그 때를 상상해 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구룡폭포를 지나 한적하게 있는 호랑골가든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겉에서 보면 영업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실내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북적북적합니다


나물반찬들이 정갈하기도 하지만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비벼먹고 싶다고 하니 대접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담아 내주시고 합니다.

만원의 행복을 먹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