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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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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은 고급지다!
조영천 | 2023-12-09 | 조회 192

연말이 되니

공연이나 문화행사가 많아졌다

몇 주 전 예약해 놓은 공연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최근 들어 주중에는 몸을 쓰는 

날일을 하고 있는데

몸을 쓰지 않던 사람이라

많이 힘들기도 하고

주말 밖에 시간이 없으니

이런저런 약속을 하게 되는데

토요일 약속이 취소되고

그냥 쉴까 하다 스케줄을 보니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소리판 공연이

오후에 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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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대공연장 예원당이 아닌

소규모 공연을 주로 하는 예음원에서 열렸다

판소리 소리꾼 오민아의

강산제 심청가 완창무대!

판소리를 가끔 듣기는 하지만

다섯 시간 동안 하는 완창 무대는 처음이다

사실 처음엔 다섯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듣다가 힘들면 중간에 나가야지 생각했었다

공연장은 크지 않았고

무대가 가까워 원음을 듣기에 좋을 것 같았다

객석은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들어찼고

심청가 완창 공연이 시작되었다

판소리 심청가는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역시 고어와 한자어가 많아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들어올 때 표와 함께 받은 소책자를 연다

판형은 작아도 130쪽이 넘는

심청가 사설집이다

가사 내용이 궁금해

어쩔 수 없이 사설집을 자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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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원풍 말년에 황주 도화동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난디,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였다.'

로 판소리가 열리고

오민아 명창의 약간은 칼칼하나

구성진 목소리가 무대를 울린다

노래 중간중간 객석 여기저기에서

추임새가 터져 나오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추임새의 자연스러움은 물론이고

다섯 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흥을 돋우는 것이었다

소리꾼의 소리도 좋았지만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감동을 받았다

'입 닫고 조용히 듣기나 해'가 아니었다

물론 국악을 좋아하거나

관련된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추임새 만으로도

공연은 한껏 흥겨워지고

소리꾼도 힘을 얻어 그 긴 시간을

완창 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볼 수 있는 남원,

그리고 수준 높은 남원 사람들을 보며

남원은 참 고급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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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간이 5시간이나 되다 보니

중간 휴식 시간에 마실 물과 떡을 나눠주었다

참 잘 어울리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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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반,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전날 밤

슬프고 애절한 마음을 노래하는데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나이가 드니 눈물이 많아진다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라

애써 감추려는데

오민아 소리꾼도 우는 모양새다

최근 아버지가 많이 아프신데 아버지 생각에

공연 중 눈물을 보이게 되어 죄송하다고...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아름답고 귀해 보였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덩달아 가슴이 뻐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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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니 밤이 되었고 

남원의 밤하늘을 보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와 남원의 인연에 대하여

삶과 예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