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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하늘, 높고 푸르고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두둥실~
가을이 깊어지면 2모작을 하시는 농부님들은
바빠지기 시작하나 봅니다.
동네 어르신께서 오늘은 고춧대를 뽑는다고 하시어
살짝 쫓아 가 보았네요~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고추 수확을 마치면
그다음 농작물을 위하여 남아있는 농작물을
처리한 후 땅 뒤집기를 하고서
흙을 골고루 평평하게 해야 한답니다.
아직도 초록초록 매달려 있는 파란 고추와
햇살에 익어가는 붉은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도 고춧대를 뽑아야 하는 시기이기에
아깝지만 뽑아야 한다네요~
따로 기계도 없어서 일일이 한그루씩
낫을 들어 베어내고 뿌리를 뽑는 일입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저 많은 고춧대를
뽑으려면 꽤나 힘이 있어야겠죠?
양분을 충분히 흠뻑 흡수한 고추나무일수록
깊이 뿌리 박혀 있어서 웬만한 힘으로는
뽑아내기가 수월하지 않답니다.
저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네요ㅡㅡ;;
그리고는 뽑아낸 고추나무에 남아있는 고추도
수확하여 깨끗이 세척 한 뒤
물기가 잘 빠지도록
바람 잘 드는 곳에 하루 정도 놓아두었다가
그늘진 곳에 하루, 이틀 정도 후숙한답니다.
그렇게 후숙 과정을 거쳐 착색이 잘돼
붉어지면 고춧가루를 내는 거죠~
그리고 뽑아낸 고춧대 또한 양달에 말려서
다발로 묶어 겨울에 땔감으로 쓰기도 한데요.
농부님들의 알뜰살뜰함이 돋보입니다.
그렇게 제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멍하니 주변을 살피며
으아~~가을풍경 조오타!
감탄하며 감상하고 있었는데~
오호~
그 옆에 들깨를 털기 위해
뽑아둔 깻잎 대가 눈에 확 띄었습니다.
농약을 하지 않아 여기저기 벌레 먹은 흔적과
시들시들 누렇게 떠서 듬성듬성 얼룩진
자국들이 주근깨처럼 보이는 깻잎 얼굴.
고춧대 뽑는 일은 할 수 없으니
곁에서 단풍 든 깻잎을
모으기 시작했지요~
누르스름하게 시들어있어 버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ㅎㅎ
시들해진 것도 아니고
단풍이 들은 깻잎이라고 가르쳐 주시더군요.
그렇게 깻잎도 노오랗게 단풍이 드는 거고
그것으로 맛있는 깻잎장아찌를 담는다는
사실 또한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깻잎도 버릴 것 하나 없는 훌륭한 작물이죠?
바다처럼 짜게 만든 물을 적셔서 만든다는데
올해는 늦었고 내년에 꼭 만들어 봐야겠어요.
열심히들 가을볕에서 땀 흘리며 고춧대를
베고 뽑고 있으니 땅 주인 할머니께서
발그레 새색시 볼 같이 잘 익은
감 한 바구니를 가져오십니다.
월산 마을 곳곳 집 앞에, 밭 길가에 심어 둔
감나무가 밭일하는 사이에 먹는
맛있는 간식거리가 되네요~
괜히 잘 익은 감 하나를 들고 풍요로운
가을날 높은 하늘 위로 들어 찰칵!
일하고 나서 먹는 참(간식)은 무엇이 되었던지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는데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는,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오고 가는 정이 쌓이니 흐뭇했어요~
어느새 고춧대는 다 뽑혀 있었고
한쪽에 모아둔 고춧대를 뒤로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땅 뒤집기를 하고 그다음에는
무엇을 심으실까?
모든 농부님의 가을 수확이 풍요롭기를
바라면서 새내기 귀촌 살이 중인
동네작가 madojun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