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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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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긴 어려운 나
조영천 | 2023-11-19 | 조회 267



날씨를 보니 꾸물꾸물~

비가 올 것 같아

5호 집 아저씨와 점심 먹으러

지리산 쪽으로 나섰습니다

산 쪽으로 가면 눈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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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산내 쪽으로 들어서니

비는 눈으로 변하고 있었고

올 겨울 첫눈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오네

저만치 하얀 눈이 

방울져 창가를 지나

사람들과 사람들의 

그림 같은 기억에 앉아 녹아가네

한해 전에 그대와 내가 

눈을 맞던 거리마다에 숨겨 놓은

기억들이 광선처럼 

나를 뚫고 들어와 더욱 아프게 해

.

.

.

해마다 첫눈이 내리면 듣는 노래입니다

어느 해 겨울 본 다큐멘터리에 삽입된

10센티의 '눈이 오네'

첫눈뿐만 아니라 겨울이면

자주 듣게 되는 노래이지요


대도시를 떠나 방랑에 오른 지

어느덧 3년이 지나고

지리산 근처를 맴돌고 있습니다

남원에 오기 전 지리산 동남 쪽 산청에서

이태를 살았었습니다

마을에서 동떨어진 거처는

휴식과 힐링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무더위를 피하고 

가을이면 떡갈나무, 단풍나무가

아름다운 빛깔로 눈을 즐겁게 해 주던

그야말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힐링 플레이스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겨울이 되어도 

눈을 구경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어쩌다 눈이 내려도 양도 적고

금세 녹아버려 겨울 정취를

느낄 겨를이 없었답니다


그러던 지난해 겨울

남원의 눈을 보고

너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결국

곳 남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귀농 귀촌지의 기준이 눈이 많은 곳이어야 한다면

너무 철없는 생각일까요?

남원에서 맞는 겨울

눈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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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눈이 조금 내리는 걸 보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들판과 먼 산이 온통 설국으로 변했습니다

눈을 뒤집어쓴 차에 눈을 떨어내고

부랴부랴 광한루원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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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원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만

눈 내린 광한루원은 더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이른 아침인데

설경을 찍으러 온분들도 있고

산책하러 나온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다 행복한 표정입니다

첫눈 이니까요~

저만 눈을 좋아한 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지만 눈 때문에 살 곳까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구요

아무래도 철들긴 어렵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올 겨울 첫눈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겨우내 눈 볼 생각에

시름도 잠시 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