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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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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암자길을 걷다
양미희 | 2023-11-29 | 조회 211


귀촌하고 처음으로 지리산 사람들과

산행한 곳이 칠암자 길 이었다.

작년 1월이어서 눈 덮인 길을 아이젠을 신고

끝없는 오르막 길과 첫 산행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많이 남았던 곳이다.

 

올해는 11월이니 작년보다는

훨씬 수월한 하루가 시작 되는 거다.

하지만 오늘은 꼭 눈 올 날씨다.

 

작년에 걷고 느꼈던 건 실상사에서 출발하는 것 보다

영원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걷기가 수월하겠구나.’생각 했었는데

올해도 여전히 실상사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그래도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오르막길이 많아도 힘들지 않다.

깔깔거리며, 서로 챙기며, 때론 묵묵히 걷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일년 정도의 산행으로

오르막길은 힘든 단계를 지난 것 같다.

내리막길은 걱정 된다.

조심해야 할 무릎이어서...

 

칠암자는 실상사,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 영원사, 도솔암 

이렇게 7개의 절을 순례하는 거지만

우린 멀리 떨어져 있는 도솔암은 가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순례가 목적이 아니라 산행이 목적이어서

오늘 해 떨어지기 전에 산내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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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는 내가 사랑하는 절이다.

매일 만나는 곳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 아침에 경내를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삼일동안 봉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깎은

예쁜 곶감이 걸려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종무소 옆에 조롱조롱 달려 있는 감나무를 뒤로 하고

찻길이 뻥 뚫려있는 약수암 까지는 남편의 도움으로

차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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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암에서 장비를 갖추고

계속 되는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낙엽 속으로 걷고 또 걷는다.

끝없이 재잘거리는 친구도 있고,

티키타카를 하며 오르는 친구들의 소리도 정겹다.

 

걸으면서 몸에 열이 나지만

오늘은 땀이 나지 않는 날이다.

제법 쌀쌀하고 천왕봉에 눈이 하얗다.

칠암자 길은 주로 응달을 걷는 길이 많아

오늘 날씨에는 쌀쌀하다.

곧 눈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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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땅에 사락사락 서릿발이 생겨있었다.

어린시절 보고 처음 보는 것 같다.

신기해 하며 옹기종기 모여 사진 찍기에 바빴다.

 

어느새 삼불사에 도착했다.

출타 중인지 스님이 안 계시는 절 마당에

퍼질러 앉아 죽여주는 전망을 감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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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삼불사를 지키는 삼층석탑을 뒤로 한 채

문수암을 향하여 또 걷는다.

 

겨울 산행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며칠 따뜻한 날씨에 홀려 일행들은

장비 준비에 소홀했다.

장갑이 없는 친구도 얇은 장갑을 낀 친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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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불며 걸어야 했다.

기어이 눈이 오고 만다.

싸락눈이지만 첫눈이다.!! 라고 외쳤지만

눈을 잘 떠야지 보이는 눈이다.

싸락눈은 바람결에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문수암 입구에서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바위를 만났다.

, 고드름이다.!!

칼싸움 하던 고드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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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산은 춥구나 하면서 문수암 큰바위 앞에 우뚝 섰다.

문수암에는 일하시는 처사님 한분이 왔다 갔다 하셨다.

 

우린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였다.

도시락을 꺼내고, 김밥을 꺼내고

따뜻한 물을 꺼내서 행복한 점심시간을 즐겼다.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워서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친구도

있어서 주섬주섬 챙겨 넣고 일어섰다.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약수암 화장실을

보면서 이건 아니지, 하며 아쉬웠다.

 

추위가 우리의 발걸음에 속도계를 달아주었다.

상무주암에 이르러서는 이젠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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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면서 방해 했는지

상무주암에서 일하시는 분도 등산객을 좋아하지 않는 다고 한다.

살짝 경내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전망 좋은 아래풍경을 훔쳐보며 오래 머무러지 않았다.

조금 지나서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제 부터는 내리막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만 남았다.

돌길로 이어진 내리막 길은 최악이다.

무조건 아래만, 발밑에만 보고 걷는 길이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오래된 전나무를 만나기 전까지는

오로지 바닥만 보고 걸었다.

 

아름드리 전나무를 만났다는 건 영원사가 멀지 않다는 거다.

전나무에 반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이 나무는

보호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친구의

의견을 경청하며 동의의사를 강력히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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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원사다.

신라시대 영원대사가 창건한 이래 우리가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서산대사, 청매, 사명, 지안, 포광스님 등 

당대에 쟁쟁한 고승들이 109명이나 여기서 도를 닦았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여순반란과 6.25를 거치면서 빈터만 남게 된 것을

1973년 상무주암에 계시던 대일스님께서

혼자 초막으로 시작해 40년간에 이르러

오늘에 이르렀다 한다.

대일스님께 손이 절로 모아진다.

 

우린 이번에 구제주를 만났다.

영원사에서 버스 타는 음정마을까지는 걸어도 힘든 길,

차로도 힘든 길이었다.

 

그런데 트럭을 얻어 타게 되었다.

그것도 산내까지나,

여자들은 안에 타고, 남자들은 짐칸에 탔다.

우린 행복했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 남자들은 짐칸에서

꽁꽁 언 상태로 실상사 주차장에 내렸다.

그래도 더 걷지 않은 걸 행복해 하며 산행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