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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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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은 설레임이다
양미희 | 2023-11-29 | 조회 234


아직도 나는 첫눈에 설레 인다.

지난 밤 진눈깨비가 잠시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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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데크에 소복이 눈이 쌓였다.

장독대도 설레임이 작동 될 만큼 쌓였다.

골목길을 나서보니 길은 꽁꽁 얼어

빙판이 되어 있었다.

쓸래야 쓸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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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집안에 있는 눈은 쓸고 싶지 않았다.

천사도 만들어 보고 싶고,

발자국 도장도 찍어 보고 싶었다.

폰을 들고 나와

여기도 저기도 사진으로 남겼다.


바람이 불었는지 나뭇가지에는 눈이 없었다.

화단에 있는 새빨간 남천 열매가 눈과 대조를 이루며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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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은 날리듯이 스치듯이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첫눈이 3cm는 족히 쌓인 것 같다.

 

우리 집 강아지 설이는 데크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눈에 발이 빠지는 것이 싫은 모양이다.

장난이 치고 싶어서, 눈밭에서 같이 뛰고 싶어서

당기고 당겨도 이녀석은

오히려 집안으로 도망가 버렸다.

 

학창시절 첫눈 오는 날에

들떠서 눈밭을 뛰어다니 던 일,

달빛이 환한 달밤에 눈길을 걸었던 일,

꼭 그리워 할 사람이 있는 것처럼

눈을 기다렸다.

지나고 나면 허무 하지만

우린 첫눈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산내에 와서는

습관처럼 아침 산책길에 천왕봉을 바라보게 된다.

천왕봉에 눈이 세 번 오면 김장을 한다고

동네 할머니들은 말씀하신다.

“2번 왔으니까 한 번 더 오면 김장하면 되겠네요.” 했다.

 

울산에 살 때는 10년이 지나도

눈 같은 눈은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도로에 1cm정도만 쌓여도

울산시내 전체가 마비 될 지경이었다.

 

아직도 난

첫눈 오는 날에는

누군가와 눈을 맞으며 걷고 싶고,

누군가와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설레임이 있다.

 

다른 곳의 눈은 그대로 두고

데크에 눈은 깨끗이 치웠다.

 

그제 서야 이녀석은 밖으로 나왔다.

눈 쌓인 바닥이 처음엔 두려웠나보다.

마당을 정신없이 몇 바퀴 돌고,

눈에 적응이 되었나보다.

 

우린 실상사 산책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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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교에서 한참동안이나

눈 쌓인 천왕봉과 바래봉, 백운산을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다.

이런 설레임은 간직하고 싶다.

눈오는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이녀석은 그러고 싶지 않나보다.

가자고 낑낑거린다.

 

설이와의 산책길은

둘이여서 좋고,

혼자여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