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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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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조영천 | 2023-10-25 | 조회 282

시월의 막바지

가을이 깊어갑니다

생각도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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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걸까?

남원으로 와 처음 해 보는 생각이다

돌이켜 보니 오래전부터

시골생활을 꿈꾸었던 모양이다

젊은 날 도시에서 자본주의의 꽃이라 하는

광고계에서 일하며

치열한 경쟁에 치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우연히 눈에 띄었던 책 한 권

[조화로운 삶]

헬렌과 스콧 니어링이 버몬트 숲에서 산

스무 해의 기록

버몬트 오지에서 두 사람이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삶

그이들은 ‘삶은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땅에서 얻는다는 건강한 철학을 잃지 않았다 

단순하면서 충족된 삶, 

그것이 그이들이 평생토록 추구한 삶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니 커다란 무엇이 뒤통수를 쳤다

각박한 도시에서 치열한 경쟁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아등바등 사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택한 자주적인 삶,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탐하지 않는 삶을 실천했던

그이들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앞만 보며 달려온 내 삶이

정비가 필요하다는 각성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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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직업이었던 광고를

조금 의심스럽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광고란 좋은 물건을 알리는 순 기능도 있지만

아직 쓸만한 것이 있어도

새로운 것을 또 사도록 부추기는

그래서 한정된 지구자원을 고갈시키는

일등공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었다;;


“도시를 떠날 때 세 가지 목표를 품고 있었다. 

첫 번째는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불황을 타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한 생필품이나 노동력을 

시장에서 사고 팔지 않는 독립된 경제를 계획했다.

 그러면 자본가든 정치가든 교육 행정가든 

누구든 우리에게 간섭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건강이었다. 

우리는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더 건강해지고 싶었다. 

도시 생활은 여러 가지로 우리를 조이고 억눌렀다.

 건강한 삶의 토대는 단순했다. 

땅에 발붙이고 살고,먹을거리를 유기 농법으로 

손수 길러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 번째 목표는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는 되도록 많은 자유와 해방을 원했다. 

여러 가지 끔찍한 착취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지구의 약탈자로부터, 

사람과 짐승을 노예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먹기 위해 짐승을 죽이는 것으로부터 말이다"


생태계 파괴, 환경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문제 등

20세기 초반의 미국이지만

다시 읽어보아도 큰 틀은 

지금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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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지금 여기에 와 이 모습으로 사는 건

헬렌과 스콧의 삶이 견인차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손바닥만 한 텃밭을 가꾸며

그이들의 삶을 따라 살고픈 마음이

여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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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깊어진다

가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