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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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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영화_인생 후르츠
조영천 | 2023-10-28 | 조회 288

살다 보면

어떤 책이나 예술작품이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전 포스트에 소개한

핼랜과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

그중 하나인데

[조화로운 삶]이 내게 또 다른 삶에 대한

영감과 지평을 열어준 책이라면

자연농의 선구자인 최성현의

[산에서 살다]는 내 삶의 새로운 지향점을

찾게 해 준 책이라 하겠다

30대에 돌연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골에서

스무 해 동안 자연과 벗하며 겪은 이야기로

적잖은 충격과 감동을 선사받았었다

그를 만나고 내 삶을 정비하기 시작했고

그에게 영향을 미친

많은 선각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핸리 데이비드 소로, 후쿠오카 마사노부

장일순, 야마오 산세이...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고 그것들이 쌓여

그 사람을 만들어 가고 그것들의 영향으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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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이야기를 하려 한다

여러 해 전 겨울, 신촌의 예술영화관에서 본

<인생 후르츠>이다 

90세 건축가 할아버지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할머니 ‘츠바타 히데코’

둘이 합쳐 177살, 혼자 산 날보다 

함께 산 날이 더 긴 부부는

 50년 살아온 집에서 과일 50종과 채소 70종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객석이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소극장

관객은 두어 명 정도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흐르고 나서도

나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잔잔한 영화였지만

강력한 후폭풍은 역대급이었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사는 동안 가장 많이 본 영화이다

매번 볼 때마다 다른 게 느껴지니

이런 걸 인생영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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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소개하는 블로그나 소개영상은 많으나

링크를 따라 직접 보시기를 권한다

영화에 몇 번 나오는 키키 키린의 내레이션이

잔잔하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자기의 일에 실현하려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그의 삶

건축가로서는 실패한 인생일지 모르나

자기 소신을 지키며 자기만의 삶을 살아냄으로써

삶은 완성해 가는 성숙한 모습의

진정한 어른을 만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k6TCbupYJc


이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막연하게 그리던 삶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지금 여기 남원에 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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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평에서 야생화 스승께서 사진을 보내왔다

목부작에 넉줄고사리가 단풍이 들었다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고

또 눈이 오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