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아침을 먹고
항상 신경 써주시는 분을
도우러 집을 나선다.
진하디 진하게
둘러친
안개를 제치고
양파를 심는다 기계로...
벼를 심듯 양파를 기계로…
처음보는 광경이
신기할 뿐이다.
워낙 잼뱅이라
할 줄 아는게 없지만
심부름이라도 해봐야지...
일다운 일은
기계가 다하니
할일이 없다.
100미터 쯤 떨어진 육묘장에서
육묘판을 가져오는것
그게 전부다.
한 고랑 또 한 고랑
양파모종이 심어지면서
처음보다 빨라진
작업속도에 쾌재를 부른다
일이 손에 익숙해질 무렵
벌써 끝나나?
계산 미스로
육모판 9개가 부족하다
잽싸게 달려가
마지막 육모판을 가져다
기계에 옮긴다.
좀전에 점심식사한것 같은데…
재밌다 싶을 정도로
즐겁게 일을 했다
양파심기를 마치고
저녁 식사하러 가는 도중에
지금 막 해가 넘어간
저 고리봉이
오늘은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가을이라 그런가?
즐겁게 일했는데,
아직 몸이 성치 않아
그것도 힘들다고
목이 부어서
목소리가 안나온다.
다시한번
나약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언제쯤 회복될까?
우연히,
어떤 집 담벼락에 그려진,
감성 가득한 어느 화가의 그림
편안해지는건 물론이고,
입가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저 빨간 고무 다라이에서
발로 밟아가며
빨래하는건
정말 오래된 이야기인데
저걸 벽에 그렸다는건…
모든 근심이
한 순간에 사라져
그냥 편안해 진다.
나만 그런가?
고양이까지
깨끗이 빨아서
널어 놓은걸보니
저 작가는
집사이거나,
집사의 감성이
풍부한 분이리라.
복잡한 세상에
편안한 미소를 전해주신
화가분의 감성이
무궁하길 기원합니다.
차에 기대어
한참을 감상하다가
입가에 드리운 미소가
사그러 들기 전에
머리속에
저 그림을 담아서
돌아옵니다.
오래전에
자전거 타는
저 고양이를 만났는데,
오늘은 빨랫줄에 널린
고양이를 만났다. ^^
아름다운 사람과의
작업에 행복하고,
우연히 마주친
맘에 쏙드는 그림에
행복한
남원살이는
이 아름다운 가을에
계속 진행중이다.
#행복남원 #남원시금지면 #양파심는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