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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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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4일차 - 이끼나라 백무동계곡
양미희 | 2023-10-16 | 조회 292

밤새 구름 속에서 장터목 대피소에서의 긴 밤을 보내고

새벽에 별이 보일 만큼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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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와서 처음으로 아침식사를  앉아서 하기로 했다.

산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다.

남은 반찬을 모두 챙겨 구름사이로

산마루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젖어 있는 의자에 빗물을 닦아내고 여유를 부리며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은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날이다.

점심은 백무동에 도착해서

그동안 굶주렸던 단백질을 보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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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에서의 한 컷을 남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백무동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백무동 길고 긴 돌계단 하산 길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길이다.

비가 오면 미끄럽고 더 걷기 힘든 길이지만

다행히 지금은 비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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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1시부터 비가 잡혀 있어서

우리의 지리산 엄마는 갈 길을 재촉한다.

늘 새로운 꽃과 보지 못한 풍경들에 감탄하며  갈 길을 잊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재잘거리는 동행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비도 멈추어서

다른 날과 달리 백무동 길을 오르는 등산객이

제법 있었다.

반갑습니다.”를 반복해서 인사하며

, 내려가는 것이 행복하구나! 생각하면서,

이끼 낀 백무동 계곡에 감탄하면서,

한 발씩 한 발씩 내딛으면서 하산 길을 재촉한다.

 

올해는 비가 너무 와서 일까?

작년 봄에 오르던 백무동 계곡과 너무 달랐다.

온통이 이끼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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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도, 돌멩이도, 바위에도, 물이 흐르는 폭포사이도

초록 세상에 이끼세상이었다.

아니, 고생대로 온 것 같은 느낌이다.

, 지리산은 올 때마다 다르다.

늘 날 놀라게 한다.

두근거림과 설렘이 동반한다.

그래서 날 또 부른다.

물론 후유증이 따르지만 ......

 

이끼 낀 세상에 반해 코 박고

카메라 들이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빗방울이 떨어져서야 정신을 차렸다.

 

빠른 걸음으로 조용히 산길을 내려온다.

빗방울이 감당하기 힘들게 굵어져서

모두 잠시 멈추고 비옷을 꺼내 입고 다시 하산 길을 재촉했다.

이젠 모두 말이 없다.

비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이다.

그렇게 재촉한 발걸음으로 저~기 멀리 백무동 계곡이 끝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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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인 길에 감사하며,

주차장에 세워 둔 자동차에 감사하며

점심 먹을 장소로 이동했다.

 

34일을 무사히 종주 할 수 있게 해 준

등산 초보인 나 자신에게, 함께 한 친구들에게,

끝까지 우리의 지리산 엄마 역할을 해 준

고마운 친구에 더더욱 감사했다.

 

눈치 안보고 양껏 단백질을, 맛난 음식을 먹고

모두가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커피와 지리산을 함께 누비고 온 친구가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와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또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억수 같은 비속에서 우리의 지리산 엄마는

우리 모두를 각자의 갈 곳으로 배달까지 해 주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해 본 지리산 종주였다.

웬 지 뿌듯해진다.

한동안 그럴 것 같다.

막 자랑하고 싶다.

나 지리산종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