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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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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서의 봄, 여름, 그리고 가을
조영천 | 2023-10-16 | 조회 284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니

가을 가을 합니다^^

바람은 서늘하고 수확을 마친 빈들녘을 보면서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월 초에 남원에 이사하고

20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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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그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순환하고 있는데

문득 빈 들녘을 바라보는 마음은 

쓸쓸함만 더해집니다

몇 권 안 되는 책을 꺼내 다시 읽고 있는데

그중 '루이스 세풀베다'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가

큰 울림을 줍니다


귀촌을 꿈꾸며 남원에 와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진보는 없고

마음만 다급해져 힘든 내게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달팽이들은 왜 그토록 느린 걸까?

이토록 느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홀로 고독한 여행길에 오른

어느유별난 달팽이의 방황과 모험.

세상에서 제일 느린 걸음으로,

한 땀 한 땀 자신의 답을 완성해 가는

길고 긴 여정 끝에, 달팽이가 깨달은 진실은 무엇일까?

느리지만, 느리기에, 누구보다 굳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달팽이의 

가슴 뭉클한 성장과 신념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힘들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달팽이는 과거의 내 모습이었고

현재의 나를 투영하며

어렴풋이 미래의 나를 그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달팽이는 힘주어 말합니다

"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우리가 찾는 무엇은 앞에 있지

뒤에 있지 않다는 깨달음과

어쩌면 지나온 것들은 우리에게 짐이 될 뿐

그것을 헤아린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러니 너무 다급해하지 말고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나를 다독였습니다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지요

봄 여름 땀 흘려 일한 보람을 정리하며

지나온 길을 살펴보고 미래를 가늠하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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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 옮겨 심은 구절초가 예쁜 꽃을 피우고

자랄 만큼 자란 할미꽃들도 단풍이 듭니다


가을입니다

다시 한번 나는 잘 익어가고 있는가

되묻게 되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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