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니
가을 가을 합니다^^
바람은 서늘하고 수확을 마친 빈들녘을 보면서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월 초에 남원에 이사하고
20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자연은 그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순환하고 있는데
문득 빈 들녘을 바라보는 마음은
쓸쓸함만 더해집니다
몇 권 안 되는 책을 꺼내 다시 읽고 있는데
그중 '루이스 세풀베다'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가
큰 울림을 줍니다
귀촌을 꿈꾸며 남원에 와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는 진보는 없고
마음만 다급해져 힘든 내게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달팽이들은 왜 그토록 느린 걸까?
이토록 느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홀로 고독한 여행길에 오른
어느유별난 달팽이의 방황과 모험.
세상에서 제일 느린 걸음으로,
한 땀 한 땀 자신의 답을 완성해 가는
길고 긴 여정 끝에, 달팽이가 깨달은 진실은 무엇일까?
느리지만, 느리기에, 누구보다 굳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달팽이의
가슴 뭉클한 성장과 신념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힘들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달팽이는 과거의 내 모습이었고
현재의 나를 투영하며
어렴풋이 미래의 나를 그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달팽이는 힘주어 말합니다
"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우리가 찾는 무엇은 앞에 있지
뒤에 있지 않다는 깨달음과
어쩌면 지나온 것들은 우리에게 짐이 될 뿐
그것을 헤아린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러니 너무 다급해하지 말고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나를 다독였습니다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지요
봄 여름 땀 흘려 일한 보람을 정리하며
지나온 길을 살펴보고 미래를 가늠하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 아닐까요
뜰에 옮겨 심은 구절초가 예쁜 꽃을 피우고
자랄 만큼 자란 할미꽃들도 단풍이 듭니다
가을입니다
다시 한번 나는 잘 익어가고 있는가
되묻게 되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