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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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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조영천 | 2023-10-22 | 조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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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면 덕동마을에서 바라본 지리산)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가을산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긴 장마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한해 중 가장 멋진 빛깔을 보여주려 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니

집 앞의 할미꽃들도 단풍이 들고

올 가을 노지에 내다 심어야

내년 봄에 꽃을 피울 터인데

아직 심을 만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습니다

귀농귀촌 실습농장 1년 살이도 끝나가고

이사할 곳을 물색하는 중인데

문제는 할미꽃들을 가까이서 키울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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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하면 산이 가까운 땅이

할미꽃들이 좋아하는 곳이기에

지리산에 가까운 산내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수소문 중에 남원 귀농귀촌 센터장님의 산에

할미꽃을 심을만한 곳이 있다 하여

센터장님과 함께 심을 곳을 정하고

산을 내려오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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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올해 초 제게 자연농 스승이었던

최성현 선생님으로 부터 엽서가 왔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반가웠어요

그동안 그 산골에서 무엇을 보고, 들으셨을까요!

새 자리를 찾으셔야 한다구요?

마음에 쏙 드는 터와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모두에게 버림받는 땅에 가서

그곳을 온 마음으로 보살피는,

그래서 천국으로,

최고의 미인으로 가꾸고

피워내는 길도 있어요.'


오래전 [산에서 살다]라는 책을 읽고

무작정 그가 사는 산을 찾아갔었습니다

그와 만나고 자연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농을 실천하는 '지구학교'를

오가며 자연농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지금도 가끔 편지로 왕래를 합니다

할미꽃을 옮겨 심을 곳을 찾으러 다니며

엽서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답장을 써 보냈습니다


요즘처럼 소셜 네트웤이 발달한 시대에

손으로 꾹꾹 눌러 편지를 쓴다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일일까요?

클릭 한 번에 간단히 보낼 수도 있지만

손글씨로 편지를 쓰다 보면

말이란, 생각이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그리고

편리함이 전부는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게 됩니다

단풍이 들어 깊어가는 가을

자연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마다의 때를 기다리며

앞서 가는 법이 없으니까요


겨울이 오기 전에

주소록을 뒤져 봐야겠습니다

혹시 내 소식이 궁금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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