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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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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산책
이민주 | 2023-10-25 | 조회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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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서 시골생활을 시작 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하는 것이 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반려견 '연두'와 함께 산책을 하는 것인데 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도 있지만 때로는 아주 고역이기도 하다. 




처음 남원에 정착한 곳이 대산면의 작은 마을이었는데, 앞 집 소농장을 운영 하시는 분께서 우여곡절 끝에 함께 하게된 진돗개를 학대를 일삼다가 참지 못한 그 개가 줄을 끊고 우리집으로 피신 해 오게 되었다. 처음엔 우선 살리고 보자 싶은 심정에 며칠을 굶다가 우리집에 피신한 개를 내가 키우겠노라 덜컥 선언을 해 버렸다. 




사실, 마음 한편으론, 당연히 거절 하실거라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라 하신다. 참 난감했다. 이미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고 선천적 심장기형으로 이미 들어간 돈만 삼천만원이 넘기에 반려견이라면 정말 징글징글 했기 때문이다. 키울 여력도 없었고 감당 할 자신도 없었다.




눈 앞에 도망쳐 온 개가 나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무모하게 데려 왔지만 함께 하게 되면서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오랜 학대와 구타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성인남자가 손에 막대기만 들고 있어도 미친듯이 도망가려 발버둥치고 울부 짖었다. 굶주린 자신에게 간식과 물을 건넨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 했는지 마음을 많이 열긴 했지만 손만 들어도 겁을 먹기 일쑤였다.




그런 녀석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기초 검진이라도 받아 보려 했지만 차에 태우는 것 조차 불가능 하였고 겁에 질린 녀석을 어떻게 더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녀석을 달래며 안심시키며 함께 한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 




시골집에 묶어 둔 개들이야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배변을 하지만 개들의 습성상 집주변에 절대 배변을 하지 않기에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나가면 그제서야 배변을 한다. 정말 불가피한 일로 3일을 집을 비웠더니 밥도 안 먹고 참다가 내가 돌아오고 나서야 밥을 재빨리 먹고 함께 산책 나가서 배변을 할 정도이다. 그러니 어찌 집을 비울 수가 있으랴.




부산 본가에 갈 때에도 되도록이면 당일로 다녀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도 없이 마을 산책을 나간다. 여전히 트라우마가 남은건지 내가 교육을 잘못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내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고 덤비는 바람에 마을 할머니들도 옆에 다가오지 못하지만 이젠 멀리서라도 우리 연두가 보이면 알아서들 다른길로 피해 가시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신다.




한 번은 전날 과하게 마신 술탓에 너무 힘들어 아침 산책을 거르려다 그래도 나만 바라보고 있을 연두 생각에 꾹 참고 산책을 나갔는데 하늘이 어찌나 이쁘던지 나를 항상 산책길에 나서게 만드는 연두가 고맙고 소소한 행복을 알 수 있게 해 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