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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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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 꽃
이민주 | 2023-09-17 | 조회 367

처음 이사 오던 날이 4월이었는데 한창 집 수리 중 동네를 돌아보던 중 마을 할머니들이 바로 우리 집 앞 6-7평 되는 땅에 무언가 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과자와 마실 것을 들고 이사 올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무엇을 심는지 여쭤보니 백일홍과 코스모스를 심고 있다고 하셨다. 마을가꾸기 사업인데 일자리 취약 계층인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소득 창출을 하고 손수 마을을 가꾸어 노인들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사업이란다. 마을에서 3명에서 4명 정도를 매년 모집하여 마을에 꽃을 심는 작업을 하신다고 하셨다. 중간 중간에 담당자가 와서 얼마동안 진행했는지 수시로 검사하고 할머니들이 사진을 찍어 검사 한다고 하니 마냥 농땡이?부릴 수 없다며 웃으셨다. 

이번 년도에도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땅에 손수 씨를 뿌려서 잡초는 싹 걷어내고 꽃심기 사업을 한다. 백일홍은 꽃이 아주 풍성하고 6-10월 동안 꽃이 유지되기 때문에 노지에 심기 딱 좋다. 코스모스 또한 야생화로써 늦가을까지 꽃이 유지되어 마을 꽃가꾸기 사업에 빠지지 않는 식물이다. 백일홍과 코스모스는 잡초만 제거해주면 해충 약 뿌릴 필요도 없고 영양제를 줄 필요 없이 잘 자라는 야생화란다. 

해가 질 무렵 4-5쯤 우리마을 목청대장 진윤자 여사의 목소리가 들리면 아 할매들 마을 꽃가꾸기 하러 나왔구나 알게된다. 음료수 한잔 들고 나가면 할머니들이 자주 보는데도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 

할머니들은 당신이 제일 잘하는 밭일과 작물심기를 하며 돈까지 주니 이렇게 좋은 일이 없다고 한다. 돈을 받아 손주들 용돈으로 쓰면 그렇게 자신감도 생기고 좋다고 하신다. 매년 경쟁자가 치열하여 투표로 진행될 만큼 열기가 대단하다. 이번에 꽃 가꾸기에 뽑힌 할머니들 중 한분이 교통사고로 입원하게 되었는데 걱정되는 마음으로 전화해 보니 꽃심기에 투표로 운이 좋게 뽑혔는데 못하게 된 것이 여간 서운하다고 할 정도이다. 어쩐지 꽃가꾸기 사업으로 4명 할머니들이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가꾸는 모습 보면 노동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즐거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도 백일홍과 코스모스를 잔뜩 심어놓으셨다. 옹기종기 피어있는 모습이 할매들 이야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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