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지역알리미(동네작가)

지역알리미(동네작가)

우리집 제비
이민주 | 2023-09-17 | 조회 324

지붕 밑에 조그마한 새 둥지가 2개 있다. 흙과 지푸라기를 야무지게 반죽해서 붙여놓은 것을 상상하니 귀엽고 웃겨서 그냥 놔뒀더니 작년에 제비와 참새가 기웃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왼쪽 둥지에는 참새가 살고 오른쪽 둥지에는 제비가 와서 가정을 꾸렸다. 도심에서는 제비를 본적이 없고 생각해보니 시골에도 제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기에 제비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 그저 신기했다. 언젠가 티비 다큐에 제비가 나왔는데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해야 될뿐더러 시골에도 농약 사용이나 환경오염으로 제비가 살기에 열악한 환경이 되었단다. 그나마 시골집에는 사람들이 굳이 둥지를 허물지 않으니 제비가 살만한 둥지들이 있고 파리,딱정벌레,날벌레 등 먹이가 도심보다는 풍부하니 시골로 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제비를 길조로 여겨 절대 쫓아내지 않는다던데 어쨌든 제비를 보니 얼굴도 상당히 귀여워 같이 살게 되었다.

그러나 아침에 특히 새벽 나절이 되면 어찌나 시끄러운지 굉장히 날카롭게 울어대고 똥은 어찌나 많이 싸는지 창문이 더러워지기 일쑤였지만 할 수 있나. 참고 살았다. 

그러던 중 제비가 알을 낳았고 내 새끼처럼 흥분되어 사다리를 놓고 구경하고 사진찍고 호들갑 떤 것이 화근이었다. 다음날 제비 부부가 보이지 않아 다시 보니 알도 온데 간데 없고 빠진 털들만 휑하니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제비는 굉장히 예민하고 민첩한 동물로 특히 산란시기가 되면 그 경계심은 극에 달한다고 한다. 어쩐지 알을 구경할 때 근처 전선에 앉아 날카롭게 울어대며 빙빙 돈 것이 우리를 침입자나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나 생각이 들었다.

허탈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면서 이번 년도에 제비가 오면 절대로 건드리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그러다 두어달 쯤인가 제비가 나타났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나는 절대 제비에게 들키지 않으리라 집안에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어댔고 지금은 제비가 살고 있지만 절대 절대 거리두기 중이다.

흥부전을 보면 제비는 은혜를 갚고 구원을 주는 존재이다. 제비가 세끼를 많아 낳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제비를 길조로 여겼다고 한다. 조류연구소 조사자료에 따르면 어미새는 약 5%, 새끼는 약 1%가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번에 온 녀석이 작년에 내가 본의 아니게 쫓아내버린 제비의 새끼일까? 

제비가 새끼를 낳고 잘 기르고 그 후손이 다시 와서 둥지를 틀고 같이 살아갈 것이다.

image


image


image


image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