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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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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종주--1일차
양미희 | 2023-09-30 | 조회 296


난 산을 좋아한다. 바라보는 것도, 오르는 것도...

내가 산내로 귀촌을 한 이유 중에 한가지도 지리산 품안에 있어서다.

내 인생에 가장 해 보고 싶은 것 중 한가지가 바로 지리산 종주다.

 

23개월 전부터 계획 된 일이었지만

무릎이 날 도와주지 않아

은근히 걱정 했었다.

못 가게 될까봐, 동행친구에게 민폐가 될까봐

침도 맞고, 약도 먹고, 몸살림 운동도 열심히 했다.

다행히 무릎도 갈 만큼이라 판단하고 태핑도 무릎보호대도 준비했다.

 

그런데 비소식이 있어 마음을 졸였다.

일기예보가 바뀌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아니었다.

첫날부터 비는 계속 잡혀있었다.

그대로 강행하자는 의견이 다수여서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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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 성삼재에서 만난 일행들은 모두 밝음이었고 들떠 있었다.

34일의 먹거리와 옷가지 등등을 챙긴 배낭의 무게는 장난이 아니었다.

늘 당일산행을 주로 해서 이정도 무게의 배낭은 처음 지어보는 것이다.

간식을 나누어 챙겨 넣고 노고단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노고단 대피소는 아직 공사 중이었다.

9월의 지리산은 야생화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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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의 물매화를 포기 할 수 없어서

우린 배낭을 입구에 두고 가벼운 몸으로 노고단 계단을 올랐다.

오르는 계단 옆으로 고개 내민 물매화에 매료되어

또 찍고, 또 찍었다.

누군가가 재촉하지 않으면 갈 길이 없는 사람들인 마냥 발걸음이 가볍다.

노고단을 올라 내려다보이는 구름바다에

잠시 정신을 빼앗기고 되찾아오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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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3km정도를 걸어야 우리가 묵을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내려와 무거운 배낭을 지고

능선 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휴대폰을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아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것이

지나고 나서야 후회스러웠다.

오자마자 등산용 폰 주머니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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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길을 되돌아보자면

돼지령, 피아골삼거리,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임걸령 샘이 있는 임걸령,

노루목, 삼도봉, 화개재, 명신봉...

, 드디어 연하천대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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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가 내리고 안개 자욱한 연하천 대피소,

졸졸 개울물이 흐르는 연하천 대피소,

더 이상 오르고 싶지 않을 만큼 계단을 많이 오르고,

다시 내려서 도착한 연하천 대피소다.

반갑고 또 반가웠다.

내 인생에 처음 자보는 대피소 숙박이다.

 

농사지은 무거운 쌀을 가져와 맛난 밥을 해 준

동행친구가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다.

낮에는 힘들어 죽을 것 같았는데

저녁을 먹고 모두 처음의 신명이 되살아나

안개속에서 깔깔거리며 실컷 웃고,

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