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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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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여름 나기
조영천 | 2023-08-29 | 조회 407

올여름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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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는 이길 수 없으니

일단 높은 곳으로 피신?합니다

남원에 내려와 정령치를 자주 오릅니다

(5호집 아저씨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정령치에 오르면 아래쪽 기온과 섭씨 5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남원이 34도 기록할 때도

정령치는 28도 정도입니다

골을 타고 오르는 바람 때문에

더 시원한 느낌입니다

거기에다 가끔씩 얼굴을 보여주는

지리산의 준봉들이 장관이랍니다

하지만 무더위를 피한답시고

하루 종일 있기엔 쫌 거시기 하지요...

그래서 떠오른 것이 시원한 계곡인데

지리산은 큰 산이라

계곡 또한 깊은 곳이 많은데

그중에 으뜸이 뱀사골 이지요

하지만 뱀사골에 가려면 차로만 사오십분 거리라

이곳 주생에서 자주 가기란 쉽지가 않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남원시립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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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시립도서관 외경입니다


도서관의 좋은 점은 

일단 시원하고 쾌적하다는 겁니다

한 여름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여기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거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도 좋은 점입니다


도서관은 조용해서

소리는 없지만 정신만은 치열한 곳이라 하지요

서가를 둘러보다가 

시선을 끄는 책을 뽑아다가

천천히 읽어내려갑니다

책을 읽다 보면 뜻밖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되지요

어쩜 이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까?

글쓴이가 오랜 죽마고우처럼 반가울 수가 없답니다

제 겐 최성현의 ‘산에서 살다’가 그랬습니다

그렇게 책을 통해 그와 인연이 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지금도 가끔 손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곤 하지요

또 도서관이 좋은 점은

문 닫는 시간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마음껏 읽고 또 여러 권을 한꺼번에

가져다 읽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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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발견한 파란색 표지의 책

박노해의 '너의 하늘을 보아'


젊었을 땐 소설을 좋아했었지만

이제 나이가 드니 시가 좋아졌습니다

박노해의 파란색 시를 읽으며

마음이 파랗게 물들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시인들은 마치 삶의 핵심을 길어 오르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깨어있는 영혼의

맨 얼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

밥도 명예도 되지  않는 시를 어쩌다가

평생 붙잡고 살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일찍이 내 생이 불행과 슬픔으로

짜여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견디는 한 방식으로

시를 선택했는지 모른다.

(중략)

시가 왜 좋으냐고 물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그저 좋았어요!"

한 가지 고백할 것은 시를 쓰고 읽으며

향유하는 동안 나의 가난은 유복하고,

내 영혼은 풍요를 누렸다는 사실이다.

---

어느 시인의 은유의 빛을 따라간

서문을 읽으며

시가 조금 이해가 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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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따끈따끈한 신간을

구입하여 읽고 나서 도서관에 반납하면

책값을 돌려받을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활용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여름 나기 최고의 비법은

도서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