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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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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에 살고싶은 이유 2 - 지리산실상사
양미희 | 2023-08-29 | 조회 395


아침에 아련하게 들리는 실상사 종소리에 눈을 뜬다

잠깐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다 그대로 눈을 감는다

종소리에 웬지 포근함이 느껴진다.

 

실상사가 마을에 있어서 참 좋다.

지리산 실상사 너무나 유명한 절이라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안다.

국보가 1점과 보물이 11점이나 있는

단일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가진 천년고찰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실상사를 적어 볼까 한다.

내가 산내에서 살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가 실상사 옆에 살고 싶어서다.

해탈교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물길과 바래봉에 걸린 구름에 반하고,

천왕봉을 바라보며 흐르는 임천을 지나 실상사로 향하는 오솔길을 걷노라면

거기서부터 평화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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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걸어서 실상사 연 밭을 지나 천왕문 앞에 이른다.

뒤에는 바래봉이 실상사를 감싸고, 왼쪽으로 삼정산줄기와 

오른쪽으로 삼봉산과 백운산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볼 수 있다.

구름이 걸리지 않은 맑은 날엔 천왕문을 지나 실상사 마당에서 

지리산 천왕봉 능선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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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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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걸린 바래봉)


실상사는 다른 절들과는 달리 평지에 지어졌다.

그래서 일까?

사찰건물이 주는 종교적인 위엄과 경건함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편안함과 아늑함, 그리고 평화가 있다.


실상사에는 천년을 지켜온 옛 기와탑이 있다

실상사에서 출토 된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흩어져 있던 기와 조각들을

 모아 탑을 쌓아 둔 것이다.

1200여년 동안 조상의 얼이 숨 쉬고 있었던 하나하나이다.

그 앞을 지나면 두손이 나도 모르게 합장하게 된다.


또 하나 바라만 봐도 편안함을 주는 목탑지가 있다.

실상사 목탑은 고려시대 축조되었다가 소실되고 초석만 남아 있다.


한 변의 길이가 20.5m이고 1층 면적이 127평으로 어마어마하다.

기단의 길이 26.7m 높이11.16m로 구성된 가구식 구조를 하고 있으며,

9층 높이가 73m로 추정한다.

그 규모는 경주 황룡사 목탑을 버금가는 규모이다.

초석만 남아있는 목탑지를 천천히 돌면서

9층높이의 실상사 목탑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천년의 역사속에 초석만 남은 자리들이 

돌 솟대와 함께 말없이 실상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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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대나무로 만든 세월호 기도소가 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안식과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기원하면서

304개의 대나무로 만든 상징적 공간이다.

참사후 누구나 와서 기도를 하고

1000일동안 마을사람이나 작은학교 학생등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릴레이 기도를 하기도 했다.

2022년부터 세월호 기도소를 생명평화기도소로 새 단장하였다.


실상사는 아직도 소개하고 싶은 곳이 많다.

극락전 가는 맨발걷기 오솔길, 템플스테이 숙소 가는 숲길,

약사전의 철조여래좌상, 수철화상 부도비와 극락전 숲 쉼터

사그락사그락 대숲걷기,

실상사의 겨울 풍경, 초파일밤의 연등순례,

지금은 공사 중인 실상사의 가장 중심 동서석탑 등등

실상사를 한번 와 보면 한번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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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실상사에 머문다.

그리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서 처음에는 절에 기거한다,

좀 더 지나면 마을에 둥지를 튼다.

나처럼 또는 나름의 이유로 실상사 언저리를 맴돌다 

산내주민이 된다.


나에게 실상사는 특별하다.

날 산내로 오게 만들었고, 아침마다 나를 부른다.

 

나에게는 아침마다 함께하는 아침산책 친구가 있어 더욱 좋다.

그 친구와 우린 매일 실상사를 걷는다.

그 친구는 우리 집 설(진돗개 반려견)이다.

나보다 실상사 아침산책을 더 좋아한다.

물론 설이는 용변도 보고, 냄새도 맡으면서...

가끔씩 만나는 친구

다둥이(실상사스님이 키우는 골든 리트리버)도 봐서 더 좋아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1시간 40분정도 소요된다.

실상사 아침산책은 포기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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