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
남원에 깃든 지 194일 째
어느새 6개월이 되었습니다
세월 참 빠르다는 말, 실감이 납니다
봄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코앞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공기와
창밖으로 들리는 풀벌레들의 노래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여름 끝자락에 열이 펄펄 나고
기침도 심해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소문이 있어
코로나 검사도 할 겸...
다행히 코로나 검사는 음성이었고
엉덩이 주사와 감기약을 지어 왔습니다
4~5일 약을 먹고 나니
기침도 어느 정도 멎고 열도 내렸습니다
지난 주말 몸은 정상이 아니었으나
배추와 무 아주심기 작업을 하고 나니
저녁 무렵부터 다시 열이 나고
심한 기침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감기약을 다시 지어야 해서
다음 날 귀농귀촌 교육도 참석을 못 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토요일이라 문이 닫혀있네요 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약도 없이
끙끙 앓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기침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해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문득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서울에 두고
홀로 떠돈 지 3년,
외로움도 견딜만하고 홀로 사는 것도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가는데
몸이 아프면 혼자인 것이 더욱 힘이 듭니다
맨탈 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맨탈도
서서히 약해지는 것일까요?
암튼 함께 할 사람 없이 홀로 살아야 한다면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여름내 상추며 방울토마토를 내주었던
텃밭을 열흘 남짓 버려두었더니
풀숲에 숨어있는 애호박이
훌쩍 커져서 어른 호박이 되어 있더라구요
방울토마토도 끝물이라 알이 작아지고
남은 건 오이인데 모양은 쫌 안 좋아도
마트에서 사는 오이랑 맛과 향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어린 깻잎과 오이, 애호박을 수확하여
튀김옷을 입혀 찬거리로 만듭니다
무더운 여름 힘들어하던 할매(할미꽃)들이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잘 자라주어 감사하고
점점 세력을 갖추는 모양이 대견해 보입니다
올가을엔 노지에 옮겨 심어야 하는데
마땅한 곳을 찾느라 고민 중입니다
옮겨 심게 되면 한동안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할매들이 좋아하는 땅이
인연이 되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 감기도 거의 나아지고 하여
여름내 열일 했던 선풍기도 분해해서 닦고
그동안 미뤄 왔던 냉장고 청소와
집안 청소로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집안이 깔끔해지면
왠지 기분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과 계곡을 오가며 나름 슬기롭게
큰 탈 없이 여름을 지낸 걸 감사하고
뿌린 것 없어도 풍요로운 계절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매미의 울음소리 잦아지고
풀벌레 소리가 더 청아하게 들리는
아름다운 계절의 문턱
8월의 마지막 날
마음을 담는 그릇, 몸의 소중함을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