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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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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조금씩 철이든다.
안동준 | 2023-07-31 | 조회 466

얼마전 장마가 시작될때 아내는 발가락뼈가 부러져 깁스했다.

그리고 그 장맛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던 그날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는 딸아이의 전화에 가슴이 져며진다.

부랴부랴 날짜를 잡고 수술을 기다리던 그날,

나는 또 아주 조금 철이 들었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올라가는 침대에 있는 딸아이의 모습에 .

내가 죄인인듯 눈물이 고인다.

병실로 올라온 딸아이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빠른 회복을 빈다.

산다는건 뭘까?

2년전….


큰 아이의 절규에 가까운 금연요구에 금연 2주차,

온 세상이 꽃의 향연을 준비하는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60년의 삶을 이렇게 저렇게 정리를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보았지만 암은 암이었다.

편도에서 시작해 림프구까지 전이된 편도암 진단을 받고 돌아오는 길가에 만개해 흐드러진 벚꽃을 보았다.

그때부터 몇 일 동안 밤 낮으로 흐드러진 벚꽃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그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며칠 사이에 나는 아주 조금 철이 들었다. 

잠결에 들려오는 소음에 집중해본다.

병원이다. 정신은 돌아왔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눈을 뜨려는데 마음대로 안된다.

몇번의 도전끝에 눈을 떳다.

바로 눈 앞에 선명하게 나타난 시계.

수술실에 들어간지 36시간만에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다.

간호사의 지도(?)아래 가래를 뱉어 내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꼼짝못하게 고정시켜둔 자세에 불편을 느낄 때 쯤 병실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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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듯 언제나 나를 위해 고생하는 아내가 맞아준다.

병실로 올라왔다고 부랴부랴 면회왔다가 코로나 때문에 면회 못하고 그냥 돌아간 그 친구,

병원에 있는 동안 하루에 한번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화로 안부를 물어주던 그 친구

그리고 느낌이 이상해 전화했다는 그 친구의 울음섞인 목소리….

그들의 사랑은 잊을 수 없으리라.

하루 하루가 후유증으로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세월 참 빠르다.

벌써 2년이 지났다.

조금만 더 살다 가고 싶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엽장에 좀 더 있고 싶고,

그 친구들을 좀 더 살갑게 대하고 싶고,

그 친구들을 위해 운전해 주고 싶고,

그 친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가슴속 깊이 담아둔 주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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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나와 결혼해 고생하다가 남편 병수발까지 들처매고도 짜증한번 안낸

내 사랑스러운 아내를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고마움? 미안함?

아내에게는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함께한다.

병원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나를 지켜주고,

퇴원 후 물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철부지 남편의 하루3끼를 챙기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감사할 뿐이다.

아내 앞에선 쑥스러워 말 못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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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선아! 사랑해~~~~~사랑해


수술 후 링거를 통해 진통제가 주어지고,

3시간마다 주사로 진통제를 맞고,

가슴엔 진통제 패치가 붙여져있지만

하루에 2~3번 찾아오는 그 지옥의 고통은

진통제가 어쩌지 못했다.

10초 길면 20초 그 시간이 되면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서

그냥 주르륵 주르륵 눈물만 흘릴뿐이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게 전부인

그 힘들었던 시간을 이렇게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것도

남원에서의 행복한 시간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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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가을의 속삭임에 가슴설레고,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아주 조금 철이 들었다.


#행복남원 #은선아사랑해 #믿음소망사랑 #아프지말자 #가을의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