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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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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유람~
조영천 | 2023-07-31 | 조회 437

연일 33~4도를 기록하며

무더위가 기승입니다

한여름입니다

이전에도 불볕더위가 있었지만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기후가 많이 걱정스럽습니다

잘 자라던 할미꽃 몇 개가

불볕더위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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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도 멀쩡하던 것이

오늘 자세히 보니 돌아가셨습니다

살인적인 더위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가능하면 덜 움직이려 노력해봐도 

잠깐 텃밭에 나갔다 들어오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하루에도 세 네 번 찬물 샤워를 하고

 에어컨 신세를 지지 않으려 해도

저녁 무렵이면 어쩔 수 없이

문명의 이기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하지만

찾아오는 벗을 마다할 수 없으니

친구와 후배들을 데리고 계곡으로 향합니다

큰 산 지리산은 깊고 수려한 계곡이 많아

어딜 가도 좋지만

뱀사골 계곡이 으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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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인데다 주말이어서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뱀사골 계곡은 수량도 넉넉하고

물 또한 엄청 시원했습니다

잠시만 발을 담그고 있으면

발이 시려오기 시작합니다

무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시원하게 탁족을 하며 생각했습니다

옛사람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주경(晝景)


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조선 초기의 방랑시인

김시습의 칠언절구입니다


-한낮 산속 풍경-


하늘가 붉은 구름

뜨거운 열기는 걷힐 줄 모르지만

시원한 개울물은 소리없이 흐르고

푸른 풀들은 부드럽기만 하네

인간사 유월은 바쁘고도 무덥다지만

내 이리 산 속에서 푸른 물을 베개 삼고 있다하면

누가 믿어 주리오.


더위가 절정에 이른 음력 유월의 풍경을 

붉은 구름으로 가마솥더위를 묘사하는데

그때도 꽤나 무더웠나 봅니다

세 번째 구절의

인간사 유월은 바쁘고도 무덥다고 하는 게

생육신으로 살아남아

평생 야인으로 사는 시인의 마음이 엿보이고

예나 지금이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존감을 키운 이들의 모습은 부럽기도 합니다


친구들을 보내고 정령치를 넘어

돌아오는 길에 가보고 싶었던 구룡폭포를 들릅니다

산 너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을 넘어 폭포 길로 들어서니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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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폭포수와 우람한 소리에

눈과 귀를 씯고 나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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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육모정에 잠깐 들러

자연이 바위에 새긴 무늬를 보며

또 한 번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곧 8월입니다 

숨 막히는 여름도 견디다 보면 지나가겠지요

선인들의 시로 시작했으니

오세영 시인의 시로 마무리 합니다


-8월의 시-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