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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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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기쁨
이민주 | 2023-08-10 | 조회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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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시골에 살면 여가 시간에 뭐하냐 지루하지 않느냐 많이 물어보곤 한다.

귀농하기 전에는 나도 시골은 문화생활에도 낙후되어있고 삶이 지루하지 않을까 편견을 가졌었다.

이 텃밭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 조그마한 밭을 관리하는 것이 눈코뜰새없이 바쁜  일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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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곳은 옆집에서 방치해 놓았던 땅이었다. 쓰레기 매립지 같은 개념으로 온갖 잡동사니들이 쌓아져 있었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후 1톤 트럭으로 2번 왔다갔다 하며 쓰레기들을 갖다 버리고 돌을 골라내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으로 만들기까지 매우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고랑을 만들기 위해 삽질을 하고 비닐을 씌우고, 잡초가 자라지 않게 하려는 용도라고 했다.

일주일을 꼬박 밭 만들기에 전념한 결과 매우 그럴듯한 밭으로 단장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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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 깻잎, 옥수수..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 될 정도의 많은 양의 모종을 심었다. 동네 할머니들은 고추나 토마토는 간격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하였지만 심다보니 욕심이 생겨 끝에까지 알뜰?살뜰하게 모종을 심었다. 밭일에 엄청난 노하우가 있는 동네 어르신들은 간격을 생각하며 또는 앞으로 잡초 뽑을때 어떻게 하면 동선이 힘들지 않을 것인가 과학적으로 심는다면 우리는 그저 호미가 닿는데로 있는데로 심어닥쳤다.  결과 너무 오밀조밀 심는 결과가 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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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고 난 후 물을 충분히 주고 보고 나니 새삼 뿌듯했다. 멀리 동네 어르신이 굉장히 넓은 밭을 혼자 가꾸고 계셨는데 엄살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할머니들이 말씀하시는 것이 깻잎 앵겼냐 아직 안앵겼다 언제 앵기냐 하시기에 

"어머니 앵기는게 뭐예요?" 물으니 옮겨 심는 거란다. 우리는 모종을 사서 그걸 흙에 심지만 어르신들은 모종 값도 보통이 아니니 추위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2월 즈음 진작에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그것이 어느정도 자라면 밭에 옮겨 심는다고 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냐고 모종을 사서 심기만 했지 몰랐다고 하니 모종 사는 값도 아끼고 더 양도 많으니 시골 할매들은 다 그렇게 한다고 한다.

도시에 살다 온 나는 겨우 이 텃밭 관리도 힘들어 쩔쩔매니 도시에 살다 오니 이것이 풀인지 상추인지 구분은 할줄 아냐며 함박웃음 지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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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이은 폭염과 기록적인 장마, 태풍으로 작물의 작황이 좋지 않다는 뉴스를 보았다. 마트에 가서 요즘은 채소 값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요즘은 채소값이 금값으로 상추, 고추, 감자 등 기본적인 작물은 금추가 되었고 밭에서 그때그때 따서 먹는 기쁨을 누리는 중이다.

텃밭을 가꾼다고 돈 많이 들였는데 요즘은 마트가면 신랑에게 이미 투자금은 회수했다며 웃곤한다.

작물을 굉장히 빽빽히 심어논 결과로 작물들이 발 딛일 틈 없이 자라났다. 오매가매 할머니들이 상추도 조금 따가시고 관리도 해주시니 그것이야말로 상부상조가 아닌가! 밭에 나가보니 가지가 조금 없고 밭이 잘 정비되어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나는 이렇게 동네에서 할머니들과 잘~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