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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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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에 살어리랏다
양미희 | 2023-08-17 | 조회 459

드디어 산내, 주민이 되었다.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고 머무르고 싶었던 곳이다. 실상사작은학교가 있어서 좋았고

편안함과 평화를 주는 실상사가 있어서 좋았다.

주말에 잠시 잠깐 머무르다 갈 때는 늘 아쉬움이 남는 산내였다.

공동체와 수많은 동아리가 움직이고 그곳에서 함께하는 따듯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바람은 빨리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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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젊은 날의 아픔과 기쁨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왔던 곳, 삶의 애환이 서린 울산에서의 긴 세월동안의 인연의 고리와 끈들이 날 쉽게 놓아주지는 않았다.

갑작스러운 명예퇴직으로 자유를 얻은 나는 조금은 더 그곳에서 자유를 만끽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함께 사는 남자는 산내에 집을 짓고 사는 게 평생 소원이고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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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출장이 많은 직업으로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머릿속에,

노트북에 집을 짓고 설계하기를 수십 번을 하면서 꿈을 키워왔다. 퇴직을 하고 집짓기 공부를 1년 정도 하고 집을 짓자고 주장했지만 사표를 먼저 덜컥 내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원인 사람이 알아서 짓고 잘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함께 살 집이니까, 또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결국 20215월에 함께 집을 짓기로 한 6집 중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첫삽을 뜨기 시작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경량목구조로 2층 집을 그해 10월에 1차 마무리를 하고 10월 말에 이사를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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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울산 집은 그 대로 둔 채 산내 살이가 시작 되었다. 작년 일년 동안 살면서 울산을 오가는 수가 점점 줄어들고

힘들고 하여서 결국에는 울산 집을 처분하기로 했다

작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집은 팔렸다. 다행이면서도 섭섭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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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산내 살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작년에 벼농사를 해 보고, 용기를 얻어 작년 추수를 마치고 논의 3분의 1(100평정도)을 밭으로 바꾸었다

꿈도 야무지다. 하하! ‘자급자족을 목표로,’

올해 처음 하는 밭농사에 죽을 쑤고 있다.

함께 사는 남자는난 직업이 농부야!”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기는 무척 싫어한다.

이 더운 여름 날 아침에 못하면 한 낮에 가서 밭에 가서 일하면 안되냐고 떼쓴다

골치 아픈 농부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마다 고추가 왜그래비료 해또 물이 많아비료가 많아!”

제 각각 한마다 씩 하고 지나간다누구 말이 맞는지 모른다그리고 우리도 모른다

고추가 왜 그런지 ...

내년쯤에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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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난 줄 알았던 집짓기는 계속되었다. 이것저것 공사가 추가되고, 올 봄까지도 공사는 계속 되었다. 아직도 남은 것은 8월 말에 태양광과 태양열 공사가 끝나면 창고 짓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함께 사는 남자는 늘 끝났다고 하면서 또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다.

 

산내 살이는 설렘이 있다. 기대된다. 작년 1년은 적응하면서 보내다가 올해부터 동아리가입도 하고 여러 가지 운동도 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있다. 물론 실패를 거듭하는 서툰 농사일도 함께 하면서... 


올 가을 무 배추농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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