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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알리미(동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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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에 살고싶은 이유1 - 실상사작은학교
양미희 | 2023-08-24 | 조회 431

산내에는 실상사작은학교라는 대안학교가 있다.

2001년 중학교 신입생 15명을 데리고 개교하여,

2010년에 고등과정 2년이 무학년제로 신설되어 운영되었다.

현재는 중학교와 고등과정이 합쳐진 5학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수많은 대안학교가 생기고, 사라지는 현실에서는

23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대안학교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름에서 가지는 실상사에 종속되어 있는 실상사가 만든 학교는 아니다.

실상사에 종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인드라망 생명 공동체안에서

생명평화의 삶을 실현하면서 함께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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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실상사작은학교와 인연이 되었다.

 

어느날 아들이 엄마, 나는 중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그때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였다.

왜냐고 물었을 때 아이는중학교는 너무 무서워!”라고 했다.

어떤 집회에서 중학교 학생들의 자살과 폭력에 관련 된

사례들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말이

한참 유행 할 때 쯤 일 것이다.

아마 그 이후에도 몇 번을 이야기 한 것 같다.

엄마로서 또 교육과 관련 된 직업을 가진 나로서

그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혔다.

아이가 행복해야 부모가 행복하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 나로서는

난 방학 때 마다 대안학교를 찾아 계절학교를 보냈었다.

아이는 만족도가 높았고 즐거워했다.

중학교를 진학 할 때 쯤 대안학교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당시 만 해도 동쪽 끝에 있는 울산에서 갈 만한 중학교 대안학교는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서울 경기에 많았고, 도시형이 많았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실상사작은학교였다.

  

그 당시는 5년 미만의 대안학교가 많았는데

실상사작은학교는 10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안정적인 학교였다.

지원자가 많아서 떨어지기도 하는 학교였다.

중학교 입학원서를 낼 즈음 아이는 갈등했다.

 6학년 12학급 중에서 대안학교를 가는 친구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흔들렸다.

원서를 들고 학교를 가는 날 진영휴게소에서 한참을 이야기 했었다.

원서접수는 상관없다.

여기 아닌 일반 중학교 가도 된다. 접수만 하고 오자.

나중에 가고 싶은데 원서를 못 내면 갈 수가 없다.

원서내고 안가고 싶으면 일반학교 가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다.” 등등

그날 학교에 도착했을 때 많은 아이들이 와 있었고

금방 친해져서 운동장에서 어울려 놀았다.

그리고 아이는 두려움도 사라졌다.

원서를 내는 날 자기소개서와 부모님각자에게도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하는 부담감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 책을 읽고 대안학교 학부모가 되는 것에

어느 정도의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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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드디어 아이가 실상사작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울산이랑 너무 멀어서 다니기가 힘들었지만,

후후 산내가 닳도록 다닌 것 같았다.

산내에 아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아이는 부모와 학교가 함께 키워야 함을 실감하면서 5년을 다녔다.

입학식, 졸업식, 방학식, 세상보기, 해외공동체탐방, 인턴쉽, 교과발표회, 연음제 

등등 모든 행사에는 학부모가 함께 해야 한다.

학기마다 23일 학부모 연수, 큰가정 당번, 작은가정 당번등등 아이만 학교에 보낸 것이 아니었다.

우리도 함께 학교를 다녔다.

산내가 닳도록,

그러는 동안 우리도 산내가 가고 싶은 고향처럼 느껴졌다.

산내에는 따듯한 공동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친척보다도 더 가까운,

아이는 고등과정까지 졸업을 하고 산내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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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여행학교를 마치고 다시 산내로 돌아가 먼저 산내살이를 시작했다.

2년의 산내살이를 하다 아버지와 함께 산내에 집을 지었다.

그리고 작년에 미루고 미루던 군대를 갔다.

 

실상사작은학교를 보내면서 전 가족이 이주해서 살고 있는

실상사작은학교 학부모 가정들이 많다.

아이가 실상사작은학교에 다닐 때는 그런 가정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실상사작은학교에는 큰가정(학교기숙사), 작은가정(선생님과 함께 마을에 사는),

본가정(산내에 부모님과 함께)이렇게 생활공간 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희망을 받아 살 곳을 정한다.

희망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곳은 제비뽑기를 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학교 다닐 때 에는 마을에 작은 가정이 3곳이어서 가까운 곳

친한 친구가 있는 곳

등등 다양한 내용으로 몰리는 곳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렇게 바라던 산내살이가 시작되었다.

조금 넓은 땅을 구해서 6가구가 함께 나누어 집을 지었다.

그 구성원이 대부분은 실상사작은학교 학부모들이다.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어서 좋고,

이웃이어서 더욱 좋다.

 

실상사작은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다르다.

일반학교를 다닌 아이들과,

스스로 할 줄 알고 부모에게 기대지 않는다.

농사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배움, 우정, 생태 자립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 작은학교를 졸업해서 일까?

 

난 아이를 믿는다.

가는 길을 바라 볼 뿐이다.

물론 도움을 요청하면 돕겠지만,

실상사작은학교가 키워 낸 그 아이를 지지한다.